성난 축산농가, “소값이 개값 됐다!”

기사입력 2012.01.0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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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농민들이 뿔났다. 전국 곳곳의 축산 농민들이 지난 5일 차에 소를 싣고 청와대로 향하려다 각 지방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전국한우협회 소속 11개 지부 축산농민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청운동 사무소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으나 경찰은 고속도로 나들목을 비롯한 주요 거점에 57개 부대를 투입해 서울 진입을 철저히 봉쇄했다.

전남과 전북, 대구, 경북 지역 농민들은 진입이 어려워지자 남상주 나들목과 서울산 나들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대책 마련’과 ‘한우값 보장’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광주전남 한우협회 300여 명은 전남도청 앞에서 축산농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의 동시다발적인 항의집회가 열렸다.

   

상경집회는 무산됐지만 청와대 앞 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소를 키우는 농민들은 축산업이 한미 FTA의 빅딜 대상이 돼 농가의 희생만 강요당하는 데 울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한우협회는 “국익을 위한 한미 FTA 체결로 자동차와 전자산업 등 수출위주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우산업은 최소한의 경쟁력 마지노선인 40%의 관세철폐를 내주는 희생을 감수했다”면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서는 농촌의 현실을 직시해 희생에 대한 충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3년생 한우 한 마리의 원가는 500~600만원 선이다. 2년 전 1,200만원에 비하면 딱 절반 수준이다. 4~5개월 된 송아지의 경우도 50~90만원으로 6개월 새 절반으로 하락했다.

여러 집회에서 ‘소값이 개값’이란 피켓이 나올 만도 하다. 사료값은 올랐다. 90% 가까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배합사료의 경우 25kg 한 포대 값이 지난해 7,000원에서 올해 1만 1,000원으로 올랐다.

이윤경 전국축협노조위원장은 “보리나 볏짚 등의 조사료 가격이나마 인하해주면 좋겠는데 정부가 과감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조사료 생산농가를 적극 지원하는 방향을 모색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국한우협회 김명제 부회장

소값이 급락한 것은 공급 과잉 때문이다. 2008년 광우병 사태로 한우 가격이 계속 오른 탓에 농가의 사육 두수가 점차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의 구제역 파동으로 소 값은 대폭락했다.

농민들은 한우 가격 하락에 울상이지만 소비자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김명제 전국한우협회 부회장은 “농축산협이 한우를 싸게 구입해 비싼 유통마진을 매겨 서민과 농민들의 고초만 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한우산업의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매하고 도태유도 장려금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농협에서도 한우를 시중 가격대로 받아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한우 100마리를 사육 중인 김명제 부회장은 “농림부장관이 한우의 국내 소비를 60%까지 올리겠다고 했으나 판로가 없는 실정이다. 군인들이 먹는 데도 한계가 있다. 군납과 같은 대안은 하나의 쇼일 뿐이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 가운데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9일부터 하위등급 송아지를 출산한 암소를 선별해 도태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인위적인 암소 도태 작업을 통해 약 40만 마리 가량 사육마릿수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농림부의 이 같은 정책으로 농민들 사이에서는 한미 FTA가 발효하면 수입 쇠고기 가격 하락으로 시중에서는 한우의 자리를 수입쇠고기가 대부분 차지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애지중지 키운 소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만 휩싸이게 됐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국내 축산업의 파고만 깊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농민들의 시름만 느는 중이다. 김명제 부회장은 “농민들 중에 부채 없는 사람 없다. 연말이면 사료값에 이자까지 너무 힘들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돈은 없고 빚만 느니 죽을 맛이다”고 하소연했다.

[차효진 기자 hjcha@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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